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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딩하는 물리학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부분의 일반물리학 책의 제 1단원이 되는 '측정'SI unit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물리학 뿐만 아닌 화학이나 생물 등 모든 과학은 이 '측정'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측정으로 인한 이론의 증명 혹은 측정으로 인한 현상의 관찰이 없다면 그 어떤 석학의 이론도 단지 '가설'에 불과한 것이 됩니다. 때문에 '측정'이란 과학자에게는 필수불가결한, 그리고 매우x100 험난한 과정입니다.

측정?

- 사과가 먹고 싶어요....ㅜㅜ


  그렇다면 '측정'이란 무엇일까요? '측정'이란, 일정한 기준을 통해 대상을 수치화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측정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이 몇시인가요? 당신이 이를 위해 시계를 보았다면, 시간을 '측정'한 것이 됩니다. 오늘 몇 끼를 드셨나요? 이 역시 '측정'입니다.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측정을 하고 계신지 대강 감이 오시나요?

  저에게 사과가 한 봉지 있다고 해봅시다.(위의 그림 참고) 이 사과 한 봉지를 2명의 친구들에게 나누어준다고 가정할 때, 어떻게 나누어주는 것이 좋을까요? 음... 먼저 사과의 개수로 나누는 방법이 있겠군요. 그럼 이를 위해 사과 1개란 무엇인지 기준을 정하고(이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쓰는 '개수' 단위라 생각합시다.) 한 봉지 안에 몇 개의 사과가 있는지를 파악하면 되겠지요. 이렇게 '측정'된 사과의 개수가 10개라면, 저의 두 친구들은 5개씩 사과를 나눌 수 있을겁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 이것이 과연 '합당'한가요? 그렇지 않을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위의 그림에서 큰 사과 4개를 한 명이 다 가져갔다면? 다른 친구는 불평을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어요. 두번째로, 무게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이때, 두명이 똑같은 무게를 가져가야 하니 '양팔저울'이라는 측정도구를 통해 두 사람에게 같은 무게 만큼의 사과를 나눌 수 있겠습니다. 이 방법은 '합당'한가요?

  앞에서 간단히 본 이 과정이 바로 '측정'의 과정입니다. 즉, 우리는 측정을 할 때 절대적인(ex. 개수) 혹은 상대적인(ex. 양팔저울로 측정한 무게) 양을 통해 측정을 합니다. 어떠한 방법이 더 좋은 측정인지는 실험의 목적과 대상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그 봉지 안에 사과가 몇개야?"라는 질문에 "니가 가진 것보다는 많아."라는 상대적인 측정을 한다면 질문에 맞지 않겠지요.

  그럼 절대적인 양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요? 앞에서 본 예시에서 우리는 '개수'라는 기준을 두고 측정을 하였습니다. 즉, 사과 1개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통해 전체 사과 개수가 10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때문에 이 기준이 되는 양이 매우 중요해지는데, 만일 기준이 바뀐다면 측정되는 양 자체도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의 불변성(invariance)을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였고, 최근 2018년에 드디어 SI unit이 재정의됨으로써 이 불변성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SI unit?

             

- 이전 SI (Old SI)와 2019년부터 쓰일 새로운 SI 단위(New SI). 총 4개의 base unit이 바뀌었다. 


  자, 그럼 온갖 고통을 인내하며 겨우겨우 이 '측정'을 끝냈다고 합시다. 이때, 내 측정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제가 한국인 친구에게 "나 오늘 100프랑을 벌었어!"라고 말했다고 합시다. 그럼 제 친구는 말하겠죠, "그게 얼만데?" 이와 같이 만약 과학에 쓰이는 단위가 나라마다 다르다면, 우리는 실험 데이터를 볼때마다 매번 이런 번거로움을 겪어야 할겁니다. 이런 과정을 줄이고자 나온 것이 바로 SI unit입니다. 

  SI unit이란 프랑스어 "Le Système International d'Unités"의 약자로, 국제 단위계를 뜻합니다. 위에서 든 예시처럼 "그래서 그게 얼만데?"를 방지하고자 전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국제협약을 통해 기준을 만든 것이지요. SI unit은 총 7개의 base unit과 22개의 derived unit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derived unit은 말 그대로 7개의 base unit으로부터 유도된 단위입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본 N, Hz, Pa 등이 모두 derived unit입니다. base unit은 모든 unit들의 기본이 되는 unit들로 s(시간), kg(질량), mol(입자 수), cd(광도), K(온도), A(전류), 그리고 m(길이)가 있습니다.

 앞서 '측정'에서 알아보았듯이, 이러한 기준들에는 반드시 '불변성'이 필요합니다. SI unit의 derived unit은 base unit으로부터 나왔으니, 7개의 base unit이 만일 불변한다면 SI unit은 불변하는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준의 정립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예시로, 미터(m)의 경우만 해도 1960년까지는 백금-이리듐 합금을 이용하여 1m를 정의하였으니까요. 즉, 딱 이 정도 길이를 1m라고 하자! 하는 겁니다. 금속이 온도나 습도에 따라 그 길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다소 불안정한 정의임은 틀림없지요. 


  

- (좌) 국제 미터 원기 (1889~1960) (우) 국제 질량 원기 (1901~2018)


  과학과 측정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많은 기준들은 불변하게 되었지만, 2018년까지 문제가 되었던 기준이 있었으니 바로 kg입니다. m의 경우 빛의 속도와 s 기준을 통해 정의를 할 수 있었던 반면, kg은 여전히 국제 질량 원기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2018년 11월 16일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그 기준을 마침내 플랑크 상수(h)를 통해 재정의함으로써 불변성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K은 Boltzmann constant로, A는 electron charge, 그리고 mol은 Avogadro number로 재정의되어 모든 base unit들이 불변하게 되었지요.

  그럼 이러한 재정의가 과연 실생활에 영향이 있느냐? 당연히 SI unit을 재정의하였다고 해서 지금 제 몸무게가 갑자기 1kg이 줄거나 키가 5cm 커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준의 불변성을 확보함으로써 기준의 흔들림으로 생기는 측정의 오차는(매우매우 작겠지만) 앞으로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이제 우주의 모든 것을 절대적인 양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우주를 표현하는 7개의 단위, 멋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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